1. 서 론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Korea Aerospace Research Institute)을 비롯해 전 세계 26개 기관은 자발적이며 구속력 없는 국제 우주탐사 협력 그룹(ISECG, International Space Exploration Coordination Group)을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다. ISECG는 주기적으로 글로벌 우주탐사 로드맵(GER, Global Exploration Roadmap)을 발간하며 우주 행성 유무인 탐사에 관한 공동의 비전, 목표, 시나리오 등을 공유하고 있다(ISECG, 2018). 이후 발간된 GER에서는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Artemis), 달 궤도 정거장(Gateway) 등 달 탐사 시나리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ISECG, 2020), 이후 관련내용에 대한 최신 업데이트 뿐 아니라 탐사 이니셔티브로 가능해진 과학적 우선순위에 대해 추가적으로 다루고 있다(ISECG, 2022). 달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천체로 지구 중력의 1/6밖에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헬륨-3 등 에너지자원이 발견되어 심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Nozette et al., 1996; 2001; Li et al., 2018; Brent, 2019; Weiren et al., 2019).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달 탐사를 목표로 다양한 성능검증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형 인공월면토(KLS-1, Korean Lunar Simulant - type 1) 대량 생산 시스템 및 지반열진공챔버(DTVC, Dirty Thermal Vacuum Chamber)를 구축해 달 행성 지상 환경을 재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Jin et al., 2020; Chung et al., 2018; 2019; 2020). 특히, 달 남극 지역의 영구음영지역(PSR, Permanent Shadow Regions)은 상당한 양의 물이 얼음 형태로 존재함이 밝혀졌다(Nozette et al., 1996; 2001; Li et al., 2018). 물은 인류가 체류하기 위한 식수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 분해하여 로켓의 추진체 연료로 사용 가능한 수소와 산소를 생산할 수 있다(David et al., 2019). 따라서 달 남극 영구음영지역은 향후 유력한 착륙지 및 기지 건설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으며, 다양한 장비들의 성능검증을 위해 달 영구음영지역의 고진공 및 극저온 지반 환경 재현이 요구되고 있다. 고진공 환경에서 월면토 및 인공월면토의 열전달은 매우 나쁘기 때문에(Cremers and Birkebak, 1971; Cremers, 1972; 1975; Langseth et al., 1976; Nagihara et al., 2014; Sakatani et al., 2017; 2018; Wasilewski et al., 2021; Jin et al., 2021), 지상에서 고진공 환경을 조성한 뒤 극저온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도 이러한 환경을 재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나 아직까지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Julie and Diane, 2013; Julie, 2014).
본 연구에서는 고진공 및 극저온의 달 지상 환경을 효율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1m3 규모의 파일럿 DTVC에 건조 인공월면 지반을 조성한 뒤 다양한 진공 환경에 따른 냉각 실험을 수행하고 그 효율성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특히, 인공월면 지반을 조성한 뒤 최대 약 10-4 mbar의 진공 환경 조성이 가능한데(Chung et al., 2019; Jin et al., 2021), 이 경우 얼음은 Table 1에 나타낸 바와 같이 약 -90℃에서 승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Wexler, 1977). 따라서 해당 진공압에서도 얼음이 승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90℃ 이하 극저온의 인공월면 지반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선행연구 결과에 유념하여 본 연구에서는 -100℃의 인공월면 지반 조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향후 달 지상의 얼음지반 재현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자 한다.
2. 고진공 및 극저온 환경 재현을 위한 열전달 메커니즘
지구에서 달 행성 지상의 고진공 및 극저온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진공압에 따른 열전달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장비 운용 프로세스 정립이 필요하다. 지반과 같은 다공성 매질의 열전달(heat transfer)은 전도(conduction), 복사(radiation), 대류(convection)에 의해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전도에 의한 열전달이 주요 메커니즘으로 간주되나 복사 및 대류에 의한 열전달 또한 고려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Selker and Or, 2021). Jin(2021) 등은 한국형 인공월면토(KLS-1)를 이용해 건조밀도 약 1.94g/cm3의 인공월면 지반에 대해 열전달 주요 메커니즘인 열전도도를 진공압에 따라 측정한 바 있다. 그 결과 진공도가 높아질수록 열전도도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고진공 환경에서보다 저진공 환경에서의 지반 냉각효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진공에서도 남아 있는 차가운 공기로 인해 챔버 내부는 지나치게 냉각되고 외부는 상온으로 인한 급격한 온도차로 변형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거나 챔버 내부에 서리로 인한 냉각 효율 저하가 발생한다. 따라서, 장비 안전성 및 냉각 효율성을 고려한 달 행성의 고진공 및 극저온 지상 환경 재현 프로세스 정립이 필요하다.
3. 실험장비 및 조건
3.1 실험장비
본 연구에서는 부피 약 1m3(직경 1m, 길이 1.3m)의 파일럿 DTVC를 이용해 달 지상의 고진공 및 극저온 환경을 재현하고자 하였다. 파일럿 DTVC는 KLS-1을 포함하여 최대 1×10-4 mbar의 진공환경 조성이 가능하다(Chung et al., 2019; Jin et al., 2021). Fig. 1에 나타낸 바와 같이 파일럿 DTVC 내부에 실린더 형태의 아크릴 재질의 몰드를 위치시킨 뒤 몰드 내부에 직경 약 20cm, 높이 약 10cm, 건조밀도 약 1.94g/cm3의 KLS-1 인공월면 지반을 조성하고 2.5cm 간격으로 온도센서를 설치하였다. 아크릴 몰드 외부는 폴리에스터와 알루미늄 호일의 다층단열재(10 layer, heat flux 1W/m2 이하)로 감싸 복사에 의한 열전달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전도와 대류에 의한 열전달만 발생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또한, 극저온 환경 재현을 위해 인공월면 지반 하부 및 파일럿 DTVC 주변부에 냉각 쉬라우드(shroud)를 설치하고 액체 질소에 의해 극저온 환경 조성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3.2 실험조건
본 연구에서는 냉각 효율성 및 장비 안전성을 고려한 장비 운용 프로세스를 정립하기 위해 다양한 진공압 조건에서 지반냉각 실험을 진행하였다. 진공 환경 조성을 위한 감압(depressurization) 시 지반 공극의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교란을 방지하고자 감압속도를 0.05 mbar/s로 설정하였다(Go et al., 2021). 감압 후 챔버 내부에 존재하는 공기 중 수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dry air를 주입한 뒤 다시 한번 목표 진공압 도달을 위한 감압을 실시하였다. 이 방법에 따라 Fig. 2에 나타낸 바와 같이 선행연구(Jin et al., 2021)를 통해 측정된 진공압에 따른 KLS-1 열전도도를 고려해 500 mbar, 250 mbar, 80 mbar, 30 mbar, 10 mbar, 1 mbar, 4E-03 mbar의 진공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때 열전도도는 각각 약 0.25W/mK, 0.212W/mK, 0.154W/mK, 0.103W/mK, 0.054W/mK, 0.005W/mK, 측정불가(4E-03 mbar인 경우)로 측정되었으며, 지반냉각 시 하부 냉각판에 액화 질소를 흘려 인공월면 지반 하부에서 상부로 일방향 냉각이 진행되도록 하였다.
4. 실험결과
Fig. 3은 하부 냉각판에 액화질소를 흘려 하부에서 상부로 지반을 냉각했을 때 생성되는 서리 발생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Fig. 3(a)의 경우 상대적 저진공 환경(500 mbar. 250 mbar)으로 공기 중 존재하는 수분에 의해 냉각판에 서리가 심하게 발생하였다. Fig. 3(b)의 경우 서리가 발생하였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진공 환경(80 mbar, 30 mbar, 10 mbar)으로 인해 Fig. 3(a)에 비해 서리가 덜 발생하였다. Fig. 3(c)의 경우 고진공 환경(1 mbar, 4E-03 mbar)으로 공기의 존재가 희박해 서리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Fig. 4는 각 진공 조건에 대해 높이에 따른 온도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Fig. 4(a, b)의 경우 저진공 환경(500 mbar. 250 mbar)으로 상대적으로 빠른 약 16.8시간, 18.9시간 만에 10cm 높이의 KLS-1 시료가 열적 정상상태에 도달하며 더 이상 냉각이 진행되지 않았다. Fig. 4(c, d, e)의 경우 Fig. 4(a, b)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진공 환경(80 mbar, 30 mbar, 10 mbar)으로 KLS-1 시료가 열적 정상상태에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각각 약 23.7시간, 26.4시간, 38.9시간으로 늘어났으며, 이후 더 이상 추가적인 냉각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Fig. 4(f, g)의 경우 고진공 환경(1 mbar. 4E-03 mbar)으로 40시간 이상 냉각에도 불구하고 KLS-1 시료는 열적 정상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 즉, 고진공 환경으로 갈수록 하부 냉각판에 의한 지반냉각 효과가 종료되는 열적 정상상태 도달 시점이 늘어났다. 따라서 서리 발생에 의한 장비 안전성 및 냉각 효율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한 진공 환경은 서리가 덜 발생한 진공 환경(80 mbar∼10 mbar)으로 판단된다. 그 중에서도 냉각 효율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10 mbar를 제외한 80 mbar∼30 mbar 진공 범위에서 지반냉각 시 가장 유리한 진공 환경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실험 결과를 통해 인공월면 지반은 하부에서부터 상부로 갈수록 온도가 상승해 높이에 따른 온도구배를 발생하며, 일방향 냉각만으로는 고진공 환경에서 물이 얼음 상태로 존재하기 위한 목표 온도인 -100℃에 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5. 토 의
본 연구에서 수행한 진공압에 따른 지반냉각 실험 결과를 통해 하부 냉각판을 활용한 일방향 냉각만으로는 진공 환경에서 얼음이 승화되지 않고 존재하기 위한 목표 온도인 -100℃에 도달하지 못함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주변부 냉각 쉬라우드(shroud)의 추가적인 가동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하부 냉각판을 활용한 지반냉각 시 공기 중 존재하는 수분이 동결되며 냉각판에 서리를 발생시켰던 것과 같이 주변부 냉각 쉬라우드의 무분별한 가동은 챔버 주변부에 서리를 발생시켜 장비 안전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진공 환경에서 극저온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주변부 냉각 쉬라우드를 가동하기 위한 최적 시점에 대한 공학적 판단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일방향 동결에 의한 흙의 동상(frost heave in soils) 실내실험 시 열적 정상상태 도달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제안되었던 동결비(frost ratio, Fz) 개념(Jin et al., 2021; 2022)을 응용하여 적용하고자 한다. 기존에 제안되었던 동결비 개념과 다르게 상부 온도 조건이 가변조건이기 때문에 이 경우 동결비는 식 (1)에 나타낸 바와 같이 도출될 수 있다.
여기서, n은 시료 하단부터 초기온도 및 온도 프로파일에 의해 도출되는 사다리꼴 번호, t는 시간(h), An는 열적 정상상태 도달 시 초기온도 및 열적 정상상태 온도 프로파일에 의해 형성되는 n번 사다리꼴의 면적, Ant는 초기온도 및 시간 t일 때 온도 프로파일에 의해 형성되는 n번 사다리꼴의 면적이다.
Fig. 5는 500 mbar의 진공 환경에서 동결비 결정을 위해 필요한 항들을 도출하는 방법을 나타내고 있다. Fig. 5(a)는 열적 정상상태 도달 시 초기온도 및 열적 정상상태 온도 프로파일에 의해 형성되는 사다리꼴 면적들을 나타내고 있다. 사다리꼴의 높이는 온도센서 설치 높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Fig. 5(b)는 초기온도 및 동결 후 4시간일 때 측정되는 온도 프로파일에 의해 형성되는 사다리꼴 면적들을 나타내고 있다. 이 두 값의 비를 이용해 500 mbar의 진공 환경에서 4시간 냉각되었을 때 동결비를 도출할 수 있으며, 동일한 방식을 적용해 시간별로 동결비를 도출할 수 있다. 시간 및 진공 환경에 따른 동결비 결과를 Table 2에 나타내고 있다. 1 mbar, 4E-03 mbar의 경우 40시간 이상 냉각에도 열적 정상상태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 장에서는 동결비를 도출하지 않았다.
Table 2.
하부 냉각판에 의한 냉각효과가 종료되는 열적 정상상태 도달 시점에 가까워지며 일방향 냉각 효율은 급격하게 떨어졌으며, 열적 정상상태 도달 시 상부온도는 약 -50℃에 도달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동결비를 이용해 공기 중 다량의 수분이 제거되어 안전상 문제가 최소화되는 시점에 주변부 쉬라우드를 이용 해 지반냉각을 통해 지반온도가 -100℃ 이하로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동상의 경우 토질역학의 압밀이론에 기초해 동결 완료 시점을 동결비가 90%에 도달하는 시점으로 설정하여 사용하고 있다(Jin et al., 2021; 2022). 본 연구에서도 동결비가 90%에 도달하게 되면 공기 중 대부분의 수분이 제거되어 주변부 냉각 쉬라우드 가동 시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Table 3에 나타낸 바와 같이 동결비가 90%에 도달하는 시점은 기존 열적 정상상태 도달 시점에 비해 주변부 쉬라우드 가동 시점을 절반 정도로 앞당길 수 있어 장비 안전성 뿐만 아니라 효율성 또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6. 결 론
달 남극 영구음영지역은 향후 인류의 장기체류를 위한 착륙지 및 기지 건설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영구음영지역의 고진공 및 극저온의 달 지반 환경 재현 기술은 달 기지 건설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장비들의 성능검증을 위한 인프라 제공 시 활용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고진공 및 극저온 환경 재현을 위한 지반열진공챔버 운영 효율성을 평가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였다.
(1) 진공압에 따른 건조 인공월면 지반 냉각 시 30-80 mbar의 진공 환경이 장비 안전성 및 냉각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유리하다. 저진공 환경(500 mbar, 250 mbar)의 경우 냉각 효율은 우수하나 다량의 서리 발생으로 인해 냉각 효율성 및 열변형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면, 10 mbar 이하의 고진공 환경은 안전성은 유리하나 냉각 효율 측면에서 매우 불리하다.
(2) 하부 냉각판을 활용한 일방향 지반 냉각으로는 진공 환경에서 얼음이 승화되지 않고 존재하기 위한 목표 온도인 -100℃에 도달하는 데 실패하였다. 따라서 주변부 냉각 쉬라우드의 추가적인 가동이 요구되며, 본 연구에서는 동결비 개념을 응용해 장비 안전성 및 냉각 효율성을 고려해 동결비가 90% 도달하였을 때 주변부 쉬라우드를 가동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3) 본 연구에서 고진공 및 극저온 환경 재현을 위해 수행한 다양한 진공압에 따른 건조 인공월면 지반냉각 효율성 평가 결과는, 향후 지반열진공챔버를 이용한 동결지반(icy soil) 재현 시 얼음 승화 방지를 위해 참고 결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